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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EuRopE/sPaiN

▤ Go! 바르셀로나 ▤


바르셀로나로 가는날...

버스시간전에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왕궁을 가기위해 일찌감치 숙소에서 나왔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궁은 내부수리로 인해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고 있었다.

높은 창살의 담앞에 서서 우아한 모습의 궁을 바라만보다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갑작스럽게 생긴 널널한 시간을 어찌할줄 모르고 갑갑한 마음에 숙소를 나와버렸다.


다시 이동...

어제) 터미널에서 신용카드로 산 버스표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표같지 않아 창구에 다시 물어보았지만 그래도 미심쩍은 이것.
결국 찜찜함을 지울 수 없어 버스기사한테 가서 표를 내밀어보았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표가 맞긴 맞나본군..., 왜이리 허접하게 생긴거지?'

동네슈퍼의 영수증 같은 표를 만지작 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버스출발 한시간전...,

점심을 미리 먹을까 하고 터미널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진열된 음식도 살펴보고, 벽에 붙어있는 메뉴를 유심히 보아도
읽을수 없으니 먹고 싶은것을 시킬수가 없어...,
그냥 들이댈수 밖에 없었다

계산하는 여자에게 진열된 음식을 가리키며, 이거 뭐냐구 물어보았다.
여자 당황하며 뒤에 일하던 남자를 부른다.
남자에게 다시 물어보니... 더 당황해 하며 웃는다

'굶을 팔자인가?'

닭다리 처럼 생긴게 있어서 닭인가 싶어 몸을 움직였다

닭날개를 퍼덕이듯 팔을 퍼덕거리며 꼭~ 꼭~ 꼭~ 거렸다.

두 남녀직원은 레스토랑이 떠나가도록 웃길 시작한다.
팔을 퍼덕거리며 나두 웃어보지만, 보기좋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뭐야, 이 반응은?'

고개를 끄덕거리길래 진열된거 다 물어보다 버스 놓칠것같아
돈을 내밀고 닭고기를 주문하였다.
웃으면 복이온다고 하지만 영~ 찜찜함을 지울수가 없다.

닭도리탕처럼 생긴 이것과 빵 두쪽과 잼과 버터를 준다.

극악지존 궁합의 음식의 궁합이다.

안 굶어죽는것도 다행이라고 스스로 토닥거리며 닭을 쪽쪽 빨아먹고 있는데
전에 읽은 책의 한글귀가 생각났다.
외국의 전문여행자들의 경험과 지식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여행자는 웃음거리가 될 각오를 해야한다...’ 라고

본문에 있던 문장이 기억나는것이다.
저 말이 내 마음의 찝찝함을 날려버려 주었다.

'내 너희들을 얼마든지 웃겨줄 수 있다...'


닭도리탕에 잼과 버터를 번갈아 먹어보았고, 극악궁합도
뭐, 나쁘진 않았다.
김치생각이 절실해지는 점심식사였다.

우웩~


창밖에 독특한 풍경이 펼쳐져있다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사막은 아니다

잔디가 많아 초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무가 많아 산도 아니다
돌만 있으면 바위산이라고 하면되는데...,
요상한 모습을 한 언덕들이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펼쳐저 있었다.

멋있다? 아름답다?
표현하기가 참 거시기했다.

온세상이 푸르긴 푸른데 푸르름이 모자르다고 표현하는게 좋을 것같다.
묘한 들판이다... 묘~하다~ 묘해~


점심시간이 다되어 버스는 휴게소에 정차하였다
이곳에 스페인 국기를 단 군인들이 모여 있는것을 보니
점심먹고 짱박혀서 노가리까고 있는 모습같다.

'나두 군시절 한 짱박았지...'하며 지난 군시절을 회상하니
 빙그레 쓴미소가 지어진다.

자유스러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내눈에 신기해 보였다.
각잡고 있는 이등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저기 널널해보이는 군인들은 모두 병장급이 아닐까? 라고 추측해본다

휴게소에서 밥먹을 짠밥이 안되는 이등병들은
화장실에 짱박혀 바케뜨빵을 뜯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손에는 잼과 다른 한손에는 빵을...
구수한 냄새와 함께 뜯고 있겠지...

날씨도 선선하니 탈진할 걱정없이 훈련받으며 구르기 딱좋은 날이다.

'날씨도 좋은데 열심히 굴러야지~'

내안에는 악마가 꿈틀거린다.



버스는 한참을 달렸다.
지루하다

넓고 끝없는 초록벌판들도 이젠 재미없어졌다.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가고,
동양계 외국인의 모습에 신기해하는 버스승객들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돌아다녔다.

출발할때즘 맞춰 버스에 가보니 사람들이 버스주변에 모여있는게 아닌가!

'뭔일이지?'

버스기사가 핸들에 엎드려 있는것이다.
한손은 배를 잡고, 다른 한손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있었다.
기사아저씨가 아픈가?

조금있으니 경찰차와 앰블런스가 왔고, 기사아저씨는 앰블런스에 실려
유유히 사라지셨다.
버스와 승객들을 버리고
유유히...

'오늘 여기서 캠핑하는건가? ㅜㅜ'

이 황량한 들판의 휴게소에 덩그러니 남은 버스와 승객들...
그리고 저물어가는 해...,
오늘중에 바르셀로나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외로운 동양계 여행자는 먼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고독하게 바라고며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묵묵히...,

그저 묵묵히

모든승객들이 지다림에 지쳐 애꿎은 바닥의 돌만 차고 있을때였다.

한 서너시간 됐을까?

우리의 새로운 기사분이 도착하신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운전대에 앉아계신 그분이야 말로 나의 영웅이었다.

이 블랙홀같은 지루함을 벗어나게 해주신 나의 영웅~!!

|@_@/

버스가 달린다.
마냥좋다. ^_^
달린다는것이 이렇게 즐거울줄이야....!



어둑어둑해져서 바르셀로나 역에 도착하였다.
머리속엔 노숙으로 꽉차있었다.

초저녁인대도 대합실 의자에서 누워 자는사람들이 많았다.
동료들이 있다는거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작은 힘이 되었다

곧, 한적한 의자를 물색해서 배낭을 베고 누워버렸다.
잠이오지않아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
...
....
시끄러운 소리가 거슬려 눈을 떠보니 청소기의 요란한 소리였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썰렁한 대합실에 나와 동료들이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것이다.
분위기로 봐선 곧 문을 닫을것 같았다.

‘아차! 24시간이 아니었군’

배낭을 메고 자리에 일어나 입구쪽으로 걸어나갔다.
셔터문을 닫아 놓은 문쪽에는 이미 나의 동료들이 자리를 깔고
있었던 것이다.

뒤에서 들리는 아저씨목소리...

“어디서 왔니~? “

“어, 한국에서 왔는데요”

“영어할줄 아니?”

“조금요, 아주 조~금”

“&$#)^#%*$!#”

비교적 느린만투때문에 단어만 몇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모르는 부분은 대충 알아듣는 척하는 센스를 발휘해서

“음흠~ 음흠~”

내용은 모른다 무조건

“음흠~ 음흠~”, “예~, 리얼리~”

다시

“음흠~ 음흠~”

“음흠~ 음흠~”


이 아저씨 손가락으로 길가를 가리키더니 같이 가서 예기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느낌이 왔다. 레이더에 걸렸다. 두뚜뚜~

“No!!”, ‘너나가라~’

여행자들을 노리는 강도들 이야기가 필름처럼 후룩후룩 머리속을 지나간다.
난 그와 떨어지기 위해 뒤를 돌아서 걸었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의 바닥에서 앉아서 그를 주시했다.

계속~

시간이 지나, 나의 직감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얼마안되 저 멀리구석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는걸 목격하게되었다.
조금있으니 나와 눈을 맞춘 한 사내가 내쪽으로 걸어온다.

‘이자식들 내가 무슨 장님인줄 아나?’

‘아까 그 아저씨랑 이야기 한넘이잖아!!’

‘둘이 이야기하는거 봤는데 저렇게 뻔뻔히 걸어오다니.,’

‘꼬레, 리얼하게 보인다고 여행가방을 드륵드륵 끌고오시네..’

내 앞을 슥~ 지나갔다.
이제 새로운 타켓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저 멀리서 보이는 그자들,
이넘두 그 대머리 아저씨를 다시 만나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늦은밤 쌀쌀한 날씨와 나를 노리는 도둑놈들이 내눈에 거슬리고
졸려도 도둑들이 날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없는 쌍커플도 만들어서 잠을 쫓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팀들은 머리수가 많아져서
3명+1명(새로운팀으로 예상)으로 불어났다.

‘하마터면 제대로 당할뻔했군...,’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이들은 곧 굶어죽으리라 생각된다.

도둑놈1: 대장처럼 보이는 영어가유창한 대머리 놈,
              나의 경계로 인해 멀찌감치 서서 나를 주시하던 넘

도둑놈2 : 배낭가방을 질질 끌며 여행자인척 돌아다니던 놈, 가방은 때가 꼬질꼬질...

도둑놈3 : 핸드폰 통화를 하는척 하며 나를 주시하는 놈, 입이 안움직인다.

도둑놈4 : 배낭을 메고 내주의를 기웃거렸던 놈,(개인 또는 다른 도둑팀으로 예상)

모두 나와 눈이 여러번 마추쳤고, 내 주의를 서성이던 자들이었다.
이자식들 연기를 한다고 하는데, 우습다

‘이래서, 너희들 밥벌이는 하겠냐?’


바닥에서 뒹굴며 자고있는 나의 노숙동료들이 부럽기도 하다

가진것이 없기에 탐욕의 무리들의 타켓으로 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은 노숙자동료들...


어리버리 도둑들을 경계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새벽 첫차를 기다렸다.

저녁에 먹은게 없어 쓰라린 나의 배를 달래며...

조언 : 바르셀로나의 대머리 도둑팀을 경계하라!!
        
조언2 : 나이를 50을 먹어도 현지에선 어린이 이다,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따라가지마라!!